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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권총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한 말을 둘러싸고 진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라슬로 쇼욤 헝가리 대통령과의 만찬 때, 최근 세종시 문제로 협박편지를 받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위로하면서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와 협박을 했고 경호원들이 붙잡았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경찰에 신고도 않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격과 의문을 동시에 던져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선 후보가 권총 위협을 당했다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도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2006년 10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집에 전화를 걸어 총소리 등이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며 협박한 사람을 종로경찰서가 이 전 시장 쪽의 신고를 받고 붙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박 대변인의 지적은 당시 이 대통령을 가까이서 수행했던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의 말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박 대변인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떠도는 얘기로 논평을 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로선 대통령의 발언이 시중에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 탓을 하기 전에 진실을 먼저 밝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이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고, 사실이 아니라면 말을 너무 가볍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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