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2.06 21:31 수정 : 2009.12.06 21:31

이른바 ‘안기부 엑스파일’의 내용을 인용해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게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순리와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로 환영한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단순히 노 대표의 행동이 “국회의원으로서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판부가 엑스파일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외면한 검찰의 직무유기를 강하게 질타한 점이다.

애초부터 이 사건의 본질은 재벌-정치권-검찰-언론 간의 검은 유착에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 등을 내세워 사건의 핵심은 피해가면서 수사 방향을 문건 공개 문제 등 엉뚱한 쪽으로 몰고 갔다. 범죄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에게는 모조리 면죄부를 주면서 오히려 진실규명을 위해 애쓴 노 대표 등에게는 법의 올가미를 씌웠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검찰의 잘못과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명확히 일깨워주었다는 데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통상의 합리성과 이성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대화 내용대로 금품을 지급했을 것이라는 매우 강한 추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이들이 금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법원의 이런 지적은 엑스파일 녹취록 문건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내용들이다.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거니까”, “작년에 3000 했는데 올해는 2000만 하죠”, “연말에 또 하고” 등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 내용은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준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검찰이라면 법원의 이번 판결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엑스파일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게 옳다. 안기부 도청 테이프 300개가 아직도 검찰에 보관돼 있다고 하니 마음먹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진실에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태도를 보면 반성은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은) 명백한 법리 오해가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검찰이 요즘 소리 높여 외치는 ‘성역 없는 수사’는 여전히 공허한 다짐일 뿐인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