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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해자는 숨고 피해자만 남은 ‘태안 참사’ 2년 |
충남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점차 이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피해 어민들의 시름은 걷힐 줄 모른다. 피해 보상이 지지부진한데다 훼손된 어장도 언제 복구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사고를 유발한 삼성중공업은 이제 멀찌감치 물러나 뒷짐만 지고 있다. 피해 어민들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이렇게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보상이다. 지난달 말까지 이뤄진 보상은 청구금액의 1%에도 못 미친다. 무려 1조465억원의 피해 보상 청구를 했지만 실제 지급된 보상액은 고작 68억원이다. 피해 입증이 쉽지 않은데다 보상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걸 피해 어민들에게 맡겨놓지 말고 보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사고 해역의 환경 복원도 시급한 과제다. 드러난 기름때는 대부분 걷혔으나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되려면 요원하다. 정부는 최근 피해 지역에 대한 환경복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생태계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할지 의문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겨우 4800여억원을 들여 피해 지역의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더욱이 생태계 복원은 정부가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추진해야 하는데도 피해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조차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환경 복원 작업마저 밀실에서 대충대충 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사고를 유발한 삼성중공업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의 경우 오염자가 피해 보상은 물론 파괴된 생태계 복원까지 책임지는 게 국제적 관례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삼성중공업의 책임한도액을 56억원으로 산정했다. 삼성중공업이 법원의 이런 판결에 기대어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르는데도 겨우 50여억원만 부담하겠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삼성중공업이 피해 보상과 생태계 복원에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가 삼성과 한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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