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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9 21:24 수정 : 2009.12.09 21:24

엄기영 사장 등 <문화방송> 경영진이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했다. 방문진은 오늘 이들의 재신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경영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해왔기에, 일괄사표 제출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방송마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높다. 방문진이 조금이라도 공정방송의 의지가 있다면 문화방송 경영진 재신임 논의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개입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방송뿐 아니라 방문진을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다.

올여름에 새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회는 구성 직후부터 문화방송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사 프로그램 통폐합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의 공정방송 조항을 문제삼는 등 불법적인 개입을 일삼아왔음이 한 방문진 이사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 이런 행동들은 현행 방문진법 규정에 어긋난다. 법을 보면 방문진 이사회의 목적은 연구·학술, 경영 관리감독, 자금운영 관리, 기타 공익목적사업 등 네 가지다. 법 어디에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방문진 이사들이 단체협약의 공정방송 조항까지 문제삼은 것은 이들이 공정방송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방문진 이사 다수가 정부에 가까운 친정부 인사들이라고 해도, 공정한 방송을 위한 노력이 자신들의 존립 기반이 된다는 걸 모를리 없다.

방문진의 이런 행태는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크게 비판받았지만, 이후에도 방문진 이사들의 태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도 엄 사장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아 문화방송 노조 등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왔다. 문화방송 경영진 전원은 이런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한국방송>에 이어서 문화방송을 장악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방문진은 이번 문화방송 경영진 재신임 논의를 이런 우려를 불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운영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특히 제작의 자율성과 방송 독립성에 필수적인 편집·편성권 독립 장치를 존중하고 강화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방문진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기구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정권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지가 이번 조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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