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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경과 목표가 부당한 ‘서울대 특혜 법인화’ |
서울대에 특혜 보따리를 안겨주는 서울대 법인화법 정부안이 엊그제 확정됐다. 정부로서는 세종시, 4대강, 노동조합 관계법 등 대형 현안에 이목이 집중된 틈을 이용해 슬그머니 현안 하나를 정리한 셈이다. 그러나 좋아할 일은 아니다. 서울대를 세종시 원안 변경에 따른 부담을 더는 데 이용하기 위해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학까지 세종시 백지화에 이용한다는 더 큰 시비를 불러와, 국립대 법인화까지도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불러올 논란은 명확하다. 우선 서울대에 대한 특혜 시비다. 정부안은 서울대가 법인이 되면, 지금까지 제공했던 정부 지원을 유지하고, 국유재산을 무상양도하는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주도록 했다. 지금까지 논의 과정에서 다른 지방국립대에는 정부가 거부했던 방안들이다. 재정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도 반대했다고 한다. 둘째는 이런 특혜를 제공한 배경에 대한 시비다. 다른 국립대의 격렬한 비판을 불러온 이런 특혜를 주면서까지 서울대 법인화를 밀어붙일 이유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에 따른 주민 불만을 무마하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서울대 제2캠퍼스 유치를 꼽아왔다.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서울대와 거래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법인화를 멋대로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립대학 법인화는 국민의 정부 때부터 추진해왔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 향상은 장기적 학문 연구나 교육 역량의 축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 기업처럼 단기 성과 위주의 경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초학문을 도태시키는 등 학문 발전을 치명적으로 저해할 우려가 크다.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를 없애고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틀 안에서도 가능하다. 게다가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자립할 가능성도 낮다. 법인화에 대해 서울대 교수협의회에서조차 우려를 제기해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서울대 법인화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그에 앞서 우리의 고등교육을 더욱 왜곡하는 방향으로 국립대 법인화가 추진돼선 더더욱 안 된다. 세종시 문제 때문에라도 정부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더 격렬해질 것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스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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