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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걸음 뗀 핵 협상,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
어제까지 사흘 동안 북한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자 프로세스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 공통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확답은 받지 못했으나 분위기가 괜찮았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공식 접촉인 이번 대화를 계기로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접촉에서 “9·19 공동성명의 중요성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보즈워스 대표의 말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그렇게 멀지 않았으며, 둘째는 평화협정 체결 또는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서 깊은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제기하는 핵심 의제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핵 문제를 진전시키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왔으며, 대표적 사안이 바로 평화협정 체결이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9·19 공동성명 내용 이상으로 평화협정 논의 틀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평화협정 문제를 강조하는 주된 이유는 미국 등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진퇴를 거듭한 핵 협상 과정을 볼 때 북한의 이런 요구가 나름의 근거를 갖는다고 인정한다. 이제 미국의 협상 의지를 확인한 이상 북한이 결단을 내릴 차례다. 무엇보다 6자회담 복귀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 평화협정이든 관계정상화든 경제지원이든 회담이 재개돼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핵 협상 국면에서 역할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북 압박론의 편에서 대북 대화 속도를 늦추는 데 치중했다. 남북관계 역시 선핵폐기론에 밀려 답보상태에 머문다. 이런 태도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좁혀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남북 사이의 갈등만 불러올 뿐이다. 이제 핵 협상을 적극 뒷받침하고 남북관계와 핵 문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금강산·개성 관광과 인도적 지원 등 현안을 빨리 해결하고 남북 고위급 대화 통로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 6자회담 참가국들은 본격적인 핵 협상을 향해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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