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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 거대한 부실 덩어리 만들려 하나 |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주요 공사를 2011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내년에 주요 공사의 60%까지 진도를 나간 뒤 2011년 상반기에 사실상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다운 발상이다. 기간이 짧아야 공사비가 절약된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그러나 건설사 사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천박한 발상이다. 청계천처럼 중장비를 동원해 후다닥 해치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애초 죽은 하천이었다. 하지만 4대강은 다르다. 지금도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는 국토의 대동맥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공사비 절감이 아니다. 이런 식의 무리한 공사는 4대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 필경 죽일 것이라는 점이다.
절차와 방법 또한 문제다. 정부가 공사를 시작했지만 4대강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뜨겁다. 반대 여론이 훨씬 우세할 뿐 아니라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통과되지 않았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각자의 주장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를 이뤄가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내년 예산이 짜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2011년 상반기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물론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다. 4대강 공사 때문에 지난 10여년 꾸준히 발전시켜온 민주적 질서와 관행을 후퇴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사 부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2011년 장마 전에 공사를 마무리짓겠다고 한다면 실질적으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3~4개월밖에 안 된다. 과연 공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변 문화유적에 대한 발굴 보존 노력은 사라지고, 그나마 드러난 유적은 아예 밀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들은 설계도면조차 갖고 있지 않다. 설계도가 나온 뒤 공사를 해야 하지만 정부가 재촉을 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은 설계를 하면서 동시에 공사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간에 쫓겨 급히 설계도면을 만들고 도면이 나오기 무섭게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런 설계와 공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국토의 대동맥에 칼을 대는 사업을 그렇게 졸속으로 해선 안 된다. 또 하나의 거대한 부실 덩어리를 만들어낼 경우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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