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려는 안상수 대표의 발상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원내 다수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차지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수당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결과에 대해 심판을 받는 책임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다.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완전히 망발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 대표의 발언이 책임정치 강화라는 순수한 뜻에서 나온 것인지부터 매우 의심스럽다. 그는 지난 10일 민주당의 이종걸·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처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상임위원장 다수당 독식제를 처음 꺼냈다. 야당 위원장들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와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의 입맛대로 심의해주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압박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아가 안 대표의 발상은 국회를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풀어내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뜻을 다수의 힘으로 관철하는 ‘통법부’로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이번 18대 국회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언론관련법 등 쟁점 현안을 야당과 타협하면서 풀려고 하지 않았다.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 농성한 지난해 말 회기를 제외하곤, 번번이 모두 국회의장과 손발을 맞춰 ‘심사 기일 지정→국회의장 직권 상정→경위 동원 아래 강행 처리’라는 방식을 되풀이했다. 상임위원장 독식 주장이 국회를 통법부로 만드는 데 최소한의 걸림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겁박으로 비치는 까닭이다.
또한 다수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제는 20년 이상 잘 정착돼 실시돼 온 관행을 뒤엎는 것이다. 여야는 1988년 13대 국회가 최초의 여소야대가 된 이래,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의석별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 제도는 나름대로 국회의 ‘정부 시녀화’와 집권 여당의 일방 독주를 견제하는 중요한 구실을 했다.
안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사학법 개정을 고리로 민생 법안 처리를 봉쇄하는 데 앞장선 바 있다. 그런 그가 이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태도를 취한 셈이다. 안 대표는 이제라도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마당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