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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아시아 새판짜기와 한국의 선택 |
중국의 차기 국가주석 후보인 시진핑 부주석이 어제 우리나라에 왔다. 지난주에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정권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방한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을 찾았다. 세 나라가 벌이는 ‘동아시아 새판짜기’의 일부다. 세계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급부상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새판짜기의 기본 얼개가 드러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달 아시아 순방을 통해서다. 그는 아시아정책 발표와 중국 방문을 통해, 급부상하는 중국의 힘을 공인하고 억지가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중국 협력과 견제의 이중구도 속에서 군사·정치·경제 이익을 지켜가겠다는 뜻이다.
중국과 일본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두 나라는 과거 일본 자민당 정권 때 빚어진 역사갈등을 넘어, 최근엔 합동군사훈련까지 합의하는 등 급속하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이 일방적인 미-일 동맹 구조의 재편을 시야에 넣고 움직인다. 최근 오자와 간사장이 142명의 민주당 의원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부주석이 일본에서 일왕을 면담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은 앞으로 달라질 중-일 관계 모습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할 우리나라는 움직임이 가장 굼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명박 정권은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한-미 동맹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듯하다. 동맹 중시와 중국의 부상, 일본의 변화를 두루 고려하는 창조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 시 부주석의 방한과 새 주중대사 임명을 계기로 근본적인 정책 재검토를 하기 바란다.
또한 최근의 정세 급변은 현안인 북한 핵 문제 대응에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이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거의 1년 만에 본격적인 북-미 대화가 시작됐다. 일본도 납치 문제 우선에서 납치와 관계정상화의 병행으로 전환하며 대북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가 비현실적인 선핵폐기론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한반도 문제에서마저 무력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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