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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7 21:37 수정 : 2009.12.17 21:37

사필귀정이다. 이명박 정권이 문화권력 장악 차원에서 문화단체 기관장을 ‘표적 물갈이’ 한 것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는 그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해임무효 청구소송에서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문화부의 문화단체장 표적 물갈이가 최소한의 법적 근거도 없이 폭력적으로 이뤄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난해 3월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포문을 연 뒤 1년 이상 집요하게 ‘코드성 물갈이’ 작업을 추진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임기 보장을 주장하며 물러나지 않자 올해 3월 먼지털기식 감사를 동원해 해임했다. 이어 5월엔 뉴라이트 쪽이 통섭교육 등으로 학교를 ‘좌파 소굴로 만들고 있다’고 공격한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미신고 해외출장 등의 작은 이유를 들이대며 중도사퇴시켰다. 함께 좌파로 지목된 진중권씨의 이 대학 강의도 박탈했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유 장관과 문화부의 코드성 문화단체장 물갈이가 ‘법을 가장한 위법행위’였음을 확인해준다. 법원은 문화부가 내건 네 가지의 해임 사유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예술기금 투자 손실에 대해서만 부분적인 과실을 인정했지만, 이마저도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문화부가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억지 해임극을 벌였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신태섭 전 한국방송 이사 불법 해임 건 등과 전개 과정이 너무 흡사하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사람을 ‘아니면 말고’ 식의 혐의를 뒤집어씌워 몰아내버리면, 해임된 이들이 소송을 제기해 이기더라도 남은 임기가 사실상 끝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소송에서 져도 물갈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해임된 이들은 지루한 소송까지 하느라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법치를 내세우면서 법을 능멸하는 저열한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화부는 아직 항소 여부에 대한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깨끗이 항소를 포기하는 게 옳다. 아울러 불법 물갈이를 진두지휘한 유인촌 장관은 이번 판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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