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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 예산안, 대통령의 결단이 관건이다 |
국회가 또다시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강행하려 하자 민주당은 엊그제부터 예결특위 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과 욕설, 야유가 난무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통령+여야 원내대표 3자회동’ 가능성으로 여야간에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가 싶더니 오히려 상황이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 실망감이 더한다.
상황이 이처럼 꼬인 데는 3자회동 문제를 둘러싼 여당 내부의 자중지란 탓도 크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한 3자회동에 대해 주류 핵심인 장광근 사무총장은 “정국 현안의 공을 대통령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정면에서 반박했다. 청와대도 “예산 문제는 여야간에 할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정 대표가 청와대와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그런 제안을 내놓았는지, 아니면 말 못할 다른 곡절이 숨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엇박자가 결과적으로 험난한 예산안 처리 과정에 또 하나의 혼선을 안긴 것만큼은 분명하다.
3자회동 문제를 둘러싼 소동은 역설적으로 4대강 예산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몽준 대표의 3자회동 제안은 4대강 예산 문제에 관한 한 여당의 운신 폭이 극히 제한돼 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4대강 예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고는 풀리지 않는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단순한 정치공세만이 아님을 집권여당 대표가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 이상 해법도 명확하다. 청와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예산 문제를 의제로 내건 3자회동 개최가 껄끄럽다면 굳이 열지 않아도 무방하다. 다만 한나라당에 협상의 완전한 재량권을 주는 것은 필수적이다. 겉으로는 “당에 모든 것을 일임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사사건건 통제하고 간섭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자회동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4대강 예산은 성격상 조금만 삭감해도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이런 완강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여야 협상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여야 모두 정치력 복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여당 정치력 복원의 출발점은 청와대의 열린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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