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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망스런 기후회의, 미·중의 책임 크다 |
최악은 면했지만 지구촌에 희망을 주기엔 턱없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코펜하겐 협정’을 내놓고 그제 폐막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구속력 있는 협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과 중국,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애써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지만, 세계 곳곳에선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이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는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체제가 2012년에 종료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회의였다. 교토의정서를 이어갈 새로운 합의가 2012년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2013년 이후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체제는 사실상 무너지게 된다.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코펜하겐으로 쏠리고, 무려 119개국의 정상들이 회의에 참석한 것도 이런 긴박한 사정 때문이었다.
이런 결과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2대 강국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배출국이 된 중국은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자국이 의무 배출국에 포함되는 데 강력하게 저항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중 선진국이 지구온난화에 더욱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의 적극적인 자세 변화 없이는 온난화 방지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도 유럽연합과 일본보다 훨씬 낮은 배출삭감 목표를 제시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중국 등 개도국을 설득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번 협정에서 지구의 기온상승을 산업혁명 이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고, 기후변화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빈곤국을 지원할 1000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여기에 머물지 말고, 내년 11월에 열리는 멕시코 회의 전까지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구속력 있는 협정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모두가 망한다’는 각오로 지금부터 당장 밀도 있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 내년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여는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를 조정해 새 기후협정을 만드는 데 적극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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