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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회통합 하려면 국정 기조부터 바꿔야 |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내일 출범한다고 한다. 위원장으로 확정된 고건씨와 그 밖의 민간위원 면면을 보면, 지역별 부문별 저명인사들이 골고루 들어 있어 그 자체로 통합의 모양새는 갖춘 듯 비친다. 하지만 이렇게 조직 하나 만들었다고 갈가리 찢긴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사회통합이 필수조건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영호남이 갈리고, 진보와 보수가 대치하고, 노사와 계층이 대립하는 등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막대한 비용을 치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낭비된 에너지를 나라 발전에 집중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회가 됐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사회통합에 관심을 갖고 특별기구까지 만드는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위원회 조직을 만들어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에서 보듯 풀어야 할 과제가 생기면 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하려 한다. 그런데 위원회라는 건 애초의 출범 취지에 충실하기보다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구실이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통합위도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보다는 정부의 국정 기조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통합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사회통합은커녕 오히려 분란만 더 키우게 된다. 더욱이 집행력과 강제력이 없는 위원회 조직은 정부 부처의 들러리 노릇밖에 할 수 없다는 점도 원천적인 한계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최대 원인이 정부 자체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실정법을 무시하며 과거 정부 인사들을 내쫓고, 친정부 언론을 양산하기 위해 언론관련법 개악을 강행하고, 공기업 노조는 파업해선 안 된다며 윽박지르고, 대다수 국민이 반대해도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등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이런 행태를 그대로 둔 채 사회통합을 이룰 방법은 없다. 사회통합위가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 정부의 이런 국정 기조를 전면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통합위는 또 하나의 들러리 조직으로 전락하고, 사회통합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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