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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원평가제, 힘으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현재 국회에서 이뤄지는 ‘교원평가 법제화를 위한 6자 협의체’의 논의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8일까지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관련 규칙을 만들어 교원평가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압을 가한다는 속셈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행정독재’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발끈하는 것도 당연하다.
국회에 시한을 통고하고 그때까지 입법이 되지 않으면 정부 안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심지어 실무자에 해당하는 교과부의 담당 과장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지만 워낙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중요한 제도이면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말로 교육당국이 가장 역점을 두고 교육해야 할 민주주의의 덕목이 아닌가.
더구나 지금 국회에서는 여야, 한국교총, 전교조, 여야가 추천한 학부모단체 등이 지난 10월부터 6자 협의체를 구성해 교원평가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교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근무평정제 개선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교원평가 자체에 반대했던 전교조도 내부 논란 끝에 참가하기로 해, 모처럼 대타협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그제는 이 협의체가 국회에서 공청회를 한 데 이어 곧 6자 대표자회의도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교과부의 이번 행태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교원을 공정하게 평가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을 두곤 교원, 학부모, 행정당국의 의견이 엇갈린다. 자칫 한 방향으로 밀고 나가다간 실효성 없이 교육현장의 분란만 불러올 수 있다. 교과부는 시간을 정해 밀어붙이기보다 교육 주체들이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안이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6자 협의체도 교원평가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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