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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사자율 원칙 저버리는 노동법 타협 안 돼 |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주도로 어제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다자간 협의가 처음 열렸다. 예상대로 접점이 없는 주장들만 쏟아졌다. 노동부와 사용자단체들은 노동부-한국노총-경총 합의안대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태도였다. 한국노총은 이와 조금 달리 원만한 합의를 강조했다. 협의 과정에서 배제됐던 민주노총은 3자 합의대로 법이 바뀌면 세계 초유의 누더기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짧은 시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치권은 끈기를 갖고 타협과 절충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법 문제는 그 어떤 사안보다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한쪽을 무시하고 강행처리할 경우의 부작용도 크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타협에 급급해 기본적인 원칙까지 헌신짝처럼 내던져선 안 된다. 추 위원장도 지적했듯이,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것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 노조 전임자 임금 논의의 출발점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원칙 한 가지가 간과되고 있다. 노동문제는 노사자율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그동안의 협의 과정을 보면, 노동부와 사용자단체들은 이 원칙을 무시해왔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의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노동문제는 사사건건 규제하려고 한다.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주장이 특히 그렇다. 자율과 규제완화를 입에 달고 사는 기업들도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똑같다.
기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동부까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곤란하다. 게다가 노동부는 상황을 과장하면서까지 규제와 개입을 정당화하려 한다. 노동부는 복수노조가 당장 허용되면 큰 혼란이 빚어질 것처럼 말하지만, 인수·합병 등에 따라 이미 100곳이 넘는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며 대체로 심각한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한 사용자단체의 대표가 말했듯이, 이해 당사자는 기업과 노조다. 그래서 이해 충돌을 풀어갈 최종 책임도 이들에게 있다. 이는 노동정책 전반을 노사자율 원칙에서 접근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현안 가운데서는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가 특히 그렇다. 국회는 헌법과 국제 노동기준을 원칙으로 삼아 합의를 끌어내야 할 임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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