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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환경 무상급식’, 법으로 보장해야 |
학부모의 89.6%, 교직원의 81.3%, 학생의 89.3%가 찬성하는데도 번번이 좌절당하는 교육정책이 있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그것이다.
조흥식·안현호 교수팀이 경기도내 학부모·교직원·학생 4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달 초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더 눈에 띄는 건 무상급식 찬성률보다 그 이유다. 학부모의 54.4%와 교직원의 67% 등 절대다수가 ‘부모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급식이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의무교육 기관에 대한 급식은 헌법에도 보장된 국가책임’이라는 답변도 각각 12.7%와 17%나 됐다. 또 각각 17.4%와 8.4%는 ‘무료급식자와 급식비 내는 학생 사이의 위화감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인식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간다. 그제 경기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초등 5·6학년 무상급식 예산 394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한나라당이 장악한 도의회는 지난 7월에도 올해 추경예산 중 무상급식비 171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한나라당 쪽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략적인 정책이기 때문’ ‘잘사는 학생의 급식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등의 이유를 댄다. 한마디로 진보 성향인 김상곤 교육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도의회는 그러면서도 여론을 의식했는지, 차상위 150% 이하 초·중·고생 급식비 379억원을 별도로 편성해 강행처리했다. 하지만 이 돈은 교육감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쓰이지 못한다. 공공연한 탈법행위인 셈이다. 게다가 차상위층이 무료급식을 신청하려면 건강보험증이나 부모의 실직 여부를 확인할 근거를 학교에 내야 한다. ‘밥을 얻어먹으려면 먼저 가족의 무능을 증명하라’는 식이니, 교육을 한다는 학교에서 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미 무상급식을 기본적 교육복지이자 의무교육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반면 각급 지방의회를 장악한 한나라당과 정부는 불쌍한 이들에게 밥 한 그릇 나눠주는 시혜로 여긴다. 이 문제를 둘러싼 각 지역의 갈등을 풀 가장 좋은 방법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보장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예산 규모도 크지 않다. 연 1조9000억원이면 초·중생 모두가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다.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의 5분의 1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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