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분명히해 둘 것은 그는 ‘정치적 망명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41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로 금융회사를 속여 9조원을 사기로 대출받고, 20조원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대법원은 이미 옛 대우 임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이를 유죄로 확인했다. 김씨는 그 범죄의 최고책임자로서 걸맞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옛 측근들은 김씨와 대우의 ‘과’만이 아니라 ‘공’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벌써부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한때 국내 4대 재벌 가운데 하나를 일군 그가 한국경제에 기여한 공이 없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나 지금은 허망한 과거의 공적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김씨의 불법행위는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하게 만들었다. 두고두고 세금으로 갚아야 할 큰 짐을 죄없는 국민에게 지웠다. 그 잘못부터 분명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체포결사대를 만들어 국외 원정까지 나갔던 대우 노동자들의 분노를 기억할 일이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기업인은 큰 죄를 짓고도 가벼운 처벌을 받고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 김씨도 귀국하면 형식적인 처벌만 받고 곧 풀려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래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석연찮았던 그의 국외도피 과정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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