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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4 21:42 수정 : 2009.12.24 21:42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함을 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을 장례식 방해 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일반인들은 그런 죄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생소한 법조항을 끄집어내 형사처벌한 것이다. 어이가 없어 쓴웃음만 나온다.

백 의원의 행동이 딱히 칭찬받을 일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형사처벌까지 할 범죄행위인지는 의문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는 게 상식적 법감정이다. 법률적으로 봐도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백 의원이 고의적으로 장례를 방해할 목적으로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닌데다 영결식이 무산되거나 중단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백 의원은 당시 장례위원 중 한명으로, 말하자면 상주 노릇을 하고 있었다. 검찰의 법적용대로라면 상주가 장례를 방해했다는 우스꽝스러운 얘기밖에 안 된다.

검찰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굳이 백 의원을 기소한 것은 ‘아부근성’의 발로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 사건으로 이 대통령이 느낀 불쾌감이 어땠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 경호실은 당시 백 의원의 행동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백 의원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는 불경죄로 본 셈이다. 최고권력자의 심기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려는 검찰의 알량한 충성심이 확연히 느껴진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검찰은 20여년 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똑같은 죄목으로 구속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인 1987년 8월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의 사인규명에 나섰다가 이상수 변호사(전 노동부 장관)와 함께 장례방해 혐의와 노동법상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의 황당한 법률 적용의 대표적인 예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돼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검찰의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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