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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본 대책 요구되는 지자체 비리 |
7급 공무원의 자살로 제기된 경기 용인시 인사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인사담당 과장·계장 등이 공모해 올해만 50명의 근무평정을 조작하고 간부들의 도장 32개를 위조해 날인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충남 홍성군청 직원 108명이 5년 동안 물품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서류를 위조해 7억원의 예산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이종건 군수는 이달 초 버스터미널을 자기 땅에 건립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용인시와 홍성군의 사례는 지자체 공무원 비리의 총체적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중간 간부,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비리로 얼룩지지 않은 곳이 없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다.
홍성군 직원들의 예산 빼먹기는 다른 비리에 비하면 사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도 죄의식을 갖지 않고 공공연하게 가짜 서류를 만들어 부서운영비를 타내거나 개인적으로 빼돌렸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또다른 부정과 비리의 출발점이 되기가 쉽다. 어디 물품구입비 하나뿐이겠는가. 가짜 출장명령서나 시간외근무 등 갖가지 명목으로 지자체 예산이 빼돌려지고 있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용인시의 인사비리는 죄질이 무겁다. 객관적인 근무평정 점수를 조작하고 간부들의 도장을 위조할 정도니 다른 불법행위인들 못할 리 없다. 대담한 수법으로 볼 때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게 분명하다. 이런 일이 시장이 모르는 사이에 이뤄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조작의 대가로 돈이 오가지는 않았는지 그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이다. 시장이나 군수가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인사권을 전횡하면서 매관매직을 한다면 지자체는 총체적인 비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홍성군수뿐 아니다.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36명이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물러난 상태다. 어떤 식으로든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직원들이 한곳에 10년, 20년 계속 근무하는 것도 문제다. 해당 지역의 업자들과 유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철저히 수사해 지자체 비리를 근절하는 것은 물론 비리 고착화를 막을 제도적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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