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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경파가 물러서야 정국 파국을 막는다 |
새해 예산안 처리 마감시한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정국의 긴장감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협상 진행 상황을 보면 안타깝게도 타결 가능성은 더욱 희박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여야가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극적 대타협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어제 발표한 성명에서 “대화와 타협을 봉쇄하고 의회민주주의의 풍토를 막는 당내외 강경파”에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강경파는 협상 타결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그들의 비타협적 태도는 여야가 당면한 정치력 부재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강경파 문제의 심각성은 야당보다 여당 쪽이 더하다. 그 한복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준예산으로 갈 경우 공무원 봉급 지급도 유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엄포만을 놓고 원전 수주 지원을 이유로 외국으로 나가버렸다.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예산안의 핵심 쟁점인 보의 수와 높이, 준설량의 규모 변경 문제 등에서도 여당은 당내 온건론자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천 정비사업이라면 보를 그렇게 높이 쌓아서 수심을 깊게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야당이나 환경단체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과 대운하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이들 예산 항목을 조정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김형오 의장은 어제 “대운하 사업 추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회결의안 등 여야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했고, 청와대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되풀이 상기시켰다. 하지만 여야 합의나 대통령의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는 이미 여권 스스로가 세종시 원안 뒤집기에서 확연히 보여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대운하 의심을 받고 있는 예산 항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흘의 시간이 결코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타협에 이를 수 없을 만큼 짧은 것도 아니다. 막판 극적인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은 강경파, 특히 여권의 강경파들이 뒤로 물러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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