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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재생에너지로 ‘원자력 이후 시대’ 대비해야 |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사업 수주로 우리가 세계 원전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지구촌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300여기의 원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높은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국내에 많은 원전을 건립해 가동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히 체르노빌이나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다른 나라들이 원전 건설을 축소할 때도 건립을 계속했다. 말하자면 국민이 원전의 위험성을 감수한 대가로 건설과 운영의 노하우를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이 만능의 대안은 아니다. 원자력은 값싸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재앙을 야기한다. 결코 공해 없는 녹색에너지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 원전 건설을 꺼리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원자력 산업의 미래는 원전 수출과 건립을 분명히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이미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원전시장에 뛰어들 수는 있지만 그것이 국내 원전 추가 건립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작은 나라에서 20기의 원자로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정부는 여기에다 2016년까지 8기의 원자로를 더 건설하려 하고 있다. 국내 발전의 원자력 의존도는 이미 36%에 이른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원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방식으로 원전을 짓는 것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통해 원자력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원전 수주로 벌어들인 외화를 헛되이 쓰지 말고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과 영국의 다국적 원유 메이저들은 오래전부터 막대한 비용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쓰고 있다. 화석연료인 석유를 팔아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석유와 원자력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다.
에너지원 단위로 본 우리의 에너지효율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액도 극히 미미하다. 이는 원전을 지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 에너지 전략을 짜야 한다. 당장 급하다고 우리 자녀들을 원전의 숲속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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