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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8 19:21 수정 : 2009.12.28 19:21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말썽을 빚고 있다. 최근 방송에선 극중 경찰들이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경찰을 과도하게 옹호하는 장면이 거푸 등장했다. “시위대도 너무한다 … 똑같이 자식 키우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사고만 나면 무조건 과잉진압으로 몰아붙이는데 화염병 던지고 돌 던지는 시위대한테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의 발언도 있었다. 시청자들이 보다 못해 드라마 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리고, 한 언론단체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실무자들은 경찰들이 사사로이 푸념을 늘어놓는 걸로 봐넘길 수 있지 않으냐며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한국방송 드라마제작국장도 “경찰 가족이 중심인물인 드라마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면 그런대로 들어줄 만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아무리 봐도 심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관계에서 노골적으로 경찰을 편들기 때문이다. 비록 드라마가 허구일지라도 현실과 무관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드라마 내용이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효과도 생각했어야 마땅하다. 요즘은 시위에 화염병이 잘 등장하지 않는데다, 시위대의 폭력이 아니라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폭력이 말썽이 되고 있다는 것쯤은 제작진도 알 것이다.

그러니 드라마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고 탓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있다. 이쯤 되면 공영방송이 드라마를 통해 경찰을 홍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작가가 경찰에 고마움을 표시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했다. 경찰 옹호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공공재인 전파를 지원자에게 보답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드라마까지 정치적으로 해석해 비난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해석과 압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금지와 성역을 강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게 하려면 제작진의 분별력과 엄격성이 먼저 요구된다. 특히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취임한 한국방송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마땅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만이라도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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