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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멀어지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 |
앞으로 세대간 계층 이동성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희삼 부연구위원이 어제 낸 연구보고서를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와 사교육 차별 등으로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계층 이동성 약화는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대간 계층 이동성이 비교적 높은 나라였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급속히 늘어난데다 저소득층 자녀도 일정한 교육만 받으면 고소득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고,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는 충분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결정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계층간 갈등이 심해지고 사회발전을 위한 역동성도 사라진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계층 이동성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세대간 계층 이동성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에 관계없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치원 단계부터 초·중등 과정을 거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공부하겠다는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균등한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김희삼 부연구위원의 지적대로 공적 장학금 확충 등 교육 격차를 줄일 다양한 정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턱없이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출 확대가 아니라 등록금 액수를 줄이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교육 근절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높은 사교육비는 저소득층 자녀를 교육시장에서 소외시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동안 사교육비를 낮추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시도됐지만 기득권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 더욱 강력한 의지와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 사교육비 절감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교육을 충분히 받아도 질 좋은 고소득 일자리가 없으면 계층 상승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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