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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9 22:27 수정 : 2009.12.29 22:27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희망 2010 나눔캠페인’ 모금액이 어제까지 1409억여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억원 줄었다. 특히 기업의 뭉칫돈 말고 자동응답전화를 통한 개인의 기부 건수가 더 줄었다고 한다. 지난해의 70% 수준이다. 가정경제가 여전히 위축된 탓도 있지만, 우리들 마음이 덜 열린 측면도 있다고 하겠다.

이런 가운데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나 세밑 얼어붙는 몸과 마음을 녹여준다. 2000년 처음 노송동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성금을 전달한 이 기부자는 그제 8026만5920원을 맡겼다. 지금까지처럼 “동사무소 뒤 세탁소 근처에 종이상자를 확인해보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그는 주로 연말에 한두차례씩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8109만원을 기부했던 터였다.

얼굴을 드러내건 드러내지 않건 기부는 아름답다. 그러나 이렇게 10년 동안 한결같이 익명으로 기부하는 것은 특별하다. 감동을 넘어 경외감을 준다. 그 어려움을 잘 알기에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베풀라고 했고, 또 선행을 한다는 마음조차 내지 말고 베풀라고 했다.

그가 전달한 돈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5만원 등 고액권 묶음도 있지만,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도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일년 내내 점심 한끼를 먹을 때나 물건 하나를 살 때에,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아끼고 아껴 모았음을 알려주는 흔적이다. 가진 게 많아서가 아니라 어려운 중에도 이웃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게다가 올해는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입니다”라는 말까지 남겼다고 한다. 유산까지도 쾌척한 걸까.

성공지상주의 속에서 우리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진다. 그나마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은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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