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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등 소지 더 키운 노동법 개정안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추미애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추 위원장이 노동계와 야당 쪽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개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로서는 당혹스런 일이다.
통과된 법안의 내용 또한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복수노조 허용을 1년6개월 뒤로 미룬데다 복수노조 허용 의미를 퇴색시키는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포함된 까닭이다. 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면, 노조 설립은 마음대로 하더라도 사용자와의 교섭권은 박탈당하는 유명무실한 노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과 야당은 애초 교섭창구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이것이 최선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야당 쪽은 창구 단일화를 받아들이되 산별노조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자는 타협안을 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런 야당 요구마저 배제함으로써, 그동안 별도 교섭이 허용되던 산별노조까지 교섭권을 잃는 일이 생기게 됐다. 법안 마련에 절충과 타협이 필요한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지금보다도 후퇴한 이런 내용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사용자 단체나 노동부는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혼란을 피하려면 창구 단일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최악을 가정한 변명에 불과하다. 지금도 100곳이 넘는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활동하고 있으나 심각한 혼란은 없다. 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혼란의 소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가 법을 무시하고 각각의 노조와 별도로 교섭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교섭권을 얻기 위한 노조간 주도권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 초기의 부작용을 피하려다 소모적 갈등의 소지를 제도화하는 조처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노사 자율의 확대라는 전향적 법개정과도 거리가 멀다. 여야간, 노사간 갈등을 줄이고 개정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도 이번 개정안은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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