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정부·여당의 폭주 속에 멍드는 서민의 삶 |
여권의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가 짙은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데 성공한 뒤 다른 현안으로 눈을 돌리려 한다. 절차야 어찌됐든, 비판이 쏟아지든 말든, 내 갈 길을 간다는 구태의 반복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폭주를 견제하지 못한 야당은 여전히 뚜렷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독선적인 여당과 이에 반발하는 야당의 갈등 양상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야는 새해 벽두부터 세종시 문제로 또다시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전후해 대국민 여론전에 몰두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원안 수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이번엔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벼른다. 이렇듯 정국이 한 치도 개선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있다. 한번 마음먹으면 무슨 수를 쓰든 관철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고집은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가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상승을 자신들의 독선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할 수 있다. <한겨레>가 이명박 정부 2년을 즈음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56.7%를 기록했다. 하지만 동시에 응답자의 93%는 2년 동안 삶이 달라진 게 없거나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친서민을 자처하는 정부·여당이라면 이런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마땅하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 정부는 이제까지 여론이 나빠지면 물러서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독선적인 자세로 돌아가곤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제구실을 하지 못한 야당의 잘못 또한 크다. 정부·여당을 견제하면서 국정의 균형을 맞춰갈 책임감도, 능력이나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독선이 판치는 가운데서도 왜 자신의 지지도가 변변치 못한지 반성해야 한다. 뼈를 깎는 각오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한 국가의 미래는 물론이고 자신의 미래도 없다.
정부와 여당은 지지도 변화에 따라 겉모습을 바꿔가며 결국에는 밀어붙이기에 기대는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민생 악화와 총체적인 정치 불신이 그 첫째다.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마냥 밀어붙이는 식의 정치는 결국 자신에게도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