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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관계 전환으로 한반도 문제 진전을 |
북한이 신년사에 해당하는 언론 공동사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대남 비난을 삼간 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관계 종식을 말하면서 평화체제 마련과 비핵화 실현을 동시에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조성돼온 대화·협상 국면을 확장시켜 나가겠다는 유연한 태도다.
공동사설은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라는 제목이 보여주듯이 경제문제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화폐개혁이 물품공급 확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기 마련이다. 또 하나는 북한으로선 당분간 나라 안팎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노동당 창당 65돌인 올가을에는 북한의 후계체제 문제가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대남 및 대미관계의 진전은 북한의 지금 내부 상황에 그대로 조응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이런 조건을 비핵화 논의 활성화의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회담 참가국들이 지금 북한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의지를 보인다면 회담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북한이 강조하는 평화체제 협상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마땅하다. 핵 폐기가 북한 체제 안보와 직결된 이상 본격적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동시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완전한 대북관계 정상화보다 평화체제 구축 쪽이 부담이 적을 수 있다.
이제 우리 정부의 정책 전환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남북관계와 핵문제는 진퇴를 같이한다. 또 남북관계 진전은 평화체제 논의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핵문제를 남북관계의 전제로 삼음으로써 양쪽을 모두 위축시키고 스스로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통일부의 올해 업무보고에도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등 현안 해결이나 남북 교류·협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이래서는 설령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올해는 한반도 관련 사안 논의에서 결정적 전환기가 될 해다. 미국·중국·일본 등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호응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경색된 사고에 집착해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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