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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5 19:29 수정 : 2005.06.05 19:29

청와대와 정부, 열린우리당이 서로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발언 내용을 보면 거의 멱살잡이 수준이다. 4·30 재보선에서 여당이 완패하고, 행담도 개발 의혹 등을 통해 청와대 내부의 시스템 장애가 몇 가지 드러나면서 대립 양상이 증폭되고 있다. 고장난 시스템은 고치면 되지만 지금 벌어지는 여당과 청와대, 여당과 정부의 불필요한 대립은 위험하다. 정부와 여당이 제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나라 전체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중지란으로 비치는 사태의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직접 수습에 나서야 한다. 시스템 정비와 심기일전을 통해 노 대통령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하고, 이를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정비는 우선 청와대에서 시작해야 한다. 행담도 개발을 둘러싼 동북아시대위원회와 건설교통부의 역할 혼선, 노 대통령이 정찬용 전 인사수석에게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맡아달라고 지시한 것 등은 노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의 시스템이 고장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책임의 상당부분이 김우식 실장에게 있으므로 실장 교체가 정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문희상 비서실장의 뒤를 이어 2004년 2월13일 취임한 김 실장은 철저한 실무형이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 보완재 구실을 자처하며 소리 없이 비서실을 챙겨 왔으나 정치와 정부, 그리고 정책을 너무 모른다는 세간의 평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비서실장은 비서실의 단순한 장이 아니다. 국정수행의 중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청와대와 여당, 청와대와 정부, 위원회와 부처 등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그때그때 정확히 조정하는 ‘조율의 마술사’ 같은 존재여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 권력의 중심에 서서 전횡하던 이른바 ‘실세형 비서실장’을 두라는 얘기는 아니다. 노 대통령과 역사인식과 철학이 일치하면서도 정부 일에 밝고 업무 조정 능력이 좀더 뛰어난 사람을 발굴해서 앉혀야 고장난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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