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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08 21:07 수정 : 2010.01.08 21:08

어제 기획재정부 차관이 이례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통화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금통위에 정부 고위 관료가 참석한 것은 11년 만이다. 정부 관료의 금통위 참석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므로 당장 중단해야 한다.

우선 정부 관료의 금통위 참석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인 금리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금통위원들은 매달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이런 자리에 정부 고위 관료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 금통위원들은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정부 의중에 따라 선임되는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정부 방침에 거슬리는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 관료의 금통위 참석은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다.

정부 관료의 금통위 참석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출구전략을 짜는 나라는 없다”며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임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정부 관료의 금통위 참석은,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금통위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노골적인 개입은 최근 10여년 사이에는 없던 일이다.

금융감독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한은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정부 관료가 금통위에 참석했다면 더 큰 문제다. 정부는 1998년 한은에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대신 금융감독권을 떼어내 금융감독원을 신설했다. 그런데 지난해 한은이 금융감독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금융감독 체계 변화와는 별개 사안이다. 한은의 금융감독권 확대 여부와 관계없이 한은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

정부 관료의 금통위 참석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 공조 차원에서 참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 금통위 참석은 특별한 시기에 아주 예외적으로 해야 한다. 설사 정책 공조가 필요하더라도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정부 관료가 금통위에 정례적으로 참석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논란이 커지기 전에 정부는 금통위 참석을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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