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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08 21:09 수정 : 2010.01.08 21:09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외국 레슬링 심판들에게 돈을 뿌렸다고 법정에서 진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천 회장은 자신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받은 15만위안(약 2500만원)을 개인적으로 쓰진 않았다고 변명하려 이런 진술을 한 모양이다. 검은돈을 받은 데 더해, 그 돈으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심판 매수 행위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꼴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천 회장은 국제대회에서 심판에게 돈을 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국제 체육계의 오염 실태가 이번 일로 일각을 드러낸 셈이다. 그동안에도 여러 국제대회에서 심판 매수 의혹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억울한 패배 때 그런 의혹이 일었던 일도 한둘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때 남녀 핸드볼 대표팀에 대한 편파판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우리나라도 그런 의혹을 받았다.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승리지상주의가 스포츠를 오염시킨 탓이다. 이런 삐뚤어진 행태는 땀과 눈물로 훈련해온 모든 선수들을 피해자로 만든다.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해 정당한 승리를 누리도록 심판 매수 따위 부정을 엄히 차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번 일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외국 언론들이 관심 있게 보도하고 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진상조사에 나설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유치 뇌물 추문 이후 깨끗함과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심판 매수 발언이 국제적으로 문제된다면 그 파장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혹을 의식해 한국 선수들에게 되레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한국의 정당한 승리를 헐뜯는 사례도 나올 것이다. 당장 다음달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부터 그런 피해가 나올 수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활동 등 스포츠외교의 위축도 우려된다.

이런 걱정을 모두 털자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분명히 드러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국제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는 자세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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