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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원평가제 실시, 국회 논의 기다리는 게 옳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엊그제 교원평가제 표준안을 공개하면서, 국회의 관련 법 논의를 기다리지 않고 오는 3월부터 교원평가제 실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대다수가 교원평가제에 찬성하는 등 제도 실시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는 이유를 댔지만,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교원을 공정하게 평가해 학교 현장의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학부모는 별로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무시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를 하는 것까지 학부모들이 찬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국회에선 여야와 전국교직원노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학부모 단체 두 곳이 6자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6일 첫 회의를 연 터다. 서로 다른 주장을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막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다. 민주사회의 정부라면 앞장서 그런 마당을 마련하고 보호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되레 논의의 판을 깨겠다고 덤비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 6자 협의체의 가동이 지지부진했던 데도 교과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 여러 노력 끝에 간신히 본격 협의를 시작한 터에 정부가 훼방만 놓는다면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분란과 갈등의 책임은 온전히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 교과부가 할 일은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교육 주체들이 흔쾌히 동의할 수 있도록 토론과 협의를 부추기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자면 더디더라도 6자 협의체 등을 통해 이뤄지는 논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교과부의 교원평가제 표준안이 근무평정이나 성과급제 등 기존의 평가제도와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것은 그동안의 논의 진전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교과부의 표준안은 아직도 교장을 평가의 주체로 삼고 있어서 자칫 이 제도가 새로운 교원 통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교과부 안이 실효성이 없다거나 온정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모두 논의 과정을 통해 검토하고 걸러야 할 의견들이다. 교과부는 이제라도 강행 실시 방침을 철회하고, 국회에서 이런 문제를 걸러 제대로 된 안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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