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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14 20:51 수정 : 2010.01.14 20:51

비극으로 점철된 아이티에 사상 최악의 재난이 닥쳤다. 그제 중남미 카리브해의 이 가난한 나라를 덮친 규모 7.0의 강진으로 말미암아 10만명 이상의 목숨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통령궁과 의회건물마저 무너져 상원의장이 건물더미에 깔렸다고 하니, 지붕만 이어붙인 집에서 살던 가난한 국민들이 어찌 됐을지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외신들은 핵폭탄 여러 개가 터진 것처럼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됐다고 전한다.

이토록 끔찍한 재난을 당한 아이티인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보내는 게 급선무다.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즉각 구호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100만달러 상당의 인도적 구호물품과 구호인력을 보내기로 했다. 정부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사회 역시 지구촌 주민으로서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렇잖아도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어온 아이티인들에게는, 우리의 조그마한 도움의 손길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진은 여전히 인간이 막아낼 수 없는 자연재해로 남아 있다. 하지만 지진의 피해 규모는 대비 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이티 지진이 이렇게 큰 피해를 낸 것은 이 나라의 굴곡진 정치 역사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던 노예들이 혁명을 일으켜 세운 아이티는 독립 이후에도 외세와 결탁한 부패정권들의 수탈로 빈곤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인구의 75%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그리고 절반 정도는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한다. 먹을 것이 없는 아이들은 진흙과자까지 먹는다고 한다. 국토 역시 피폐해져 한때 이 나라를 지켜왔던 푸른 숲도 계속된 남벌로 3%밖에 남지 않았다. 2008년 허리케인이 중남미를 휩쓸었을 때 이 나라에서는 1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반면 이웃 쿠바의 사망자는 4명뿐이었다. 아이티의 비극은 인재가 더 컸던 것이다.

국제사회가 진정으로 이 나라를 도우려면 단순한 구호물품 제공과 복구 지원을 넘어 아이티인들이 더는 부패정치의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유엔은 아이티 주둔 유엔군에게 현지 재건활동에 폭넓게 참여할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주요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안을 진지하게 재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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