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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6 20:19 수정 : 2005.06.06 20:19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초안이 예상했던 대로 절충안 형태로 채택됐다. 초안은 이 협약이 세계무역기구 등 다른 협약에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는 데서는 유럽 쪽 주장을, 다른 협약의 권리와 의무를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미국 쪽 견해를 각각 반영했다. 지난 3일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정부간 회의에서 채택된 이 초안은 오는 10월 열리는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최종 채택 여부가 판가름난다. 이제부터 각국은 자구촌의 다양한 고유문화를 보호하고 촉진하려는 세력과, 문화를 매개로 돈을 벌려는 문화산업주의 세력으로 갈려 치열한 문화전쟁에 나설 게 분명하다.

미국은 벌써부터 자국의 이해관계를 내세워 초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문화다양성 협약이 세계무역기구 등이 정한 권한에 우선할 경우 자국 문화산업의 국제적 진출이 낭패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초안이 나온 직후 미국 쪽에서 추가 협상을 제안한 것도 그런 까닭으로 짐작된다. 초안 앞에 ‘예비’라는 말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추가협상 결과에 따라 그나마 이번 절충안이 미국 쪽의 일방적인 안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제는 여전히 어정쩡한 우리 정부의 태도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캐나다와 중국·인도·브라질 등은 문화를 교역의 대상으로만 보는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초안에 찬성한 반면, 우리 정부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밝혔다. 문화다양성 협약의 대의도 거스르지 않고, 동시에 미국이라는 교역 강대국한테도 밉보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문화는 일방적 ‘교역’이 아니라 쌍방적 ‘교류’의 공간에서 풍성해진다. 우리 문화를 기름지게 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도 정부는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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