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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참사, 경찰 지휘부 처벌 불가피하다 |
검찰과 경찰이 공개를 막으려 했던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2000여쪽의 내용이 드러났다. 기록을 보면 당시의 참사가 경찰 지휘부의 잘못 때문에 빚어졌다는 사실이 경찰 스스로의 진술로 확인된다. 그동안의 정부 쪽 주장이 온통 허구였던 셈이다.
이로써 용산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은 다시 따져야 하게 됐다. 무엇보다 경찰의 과잉·졸속 진압이 문제다. 기록에는 당시 경찰 간부들이 잘못을 시인하는 진술이 한둘이 아니다. 망루 상황에 대한 정보 없이 화재진압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진압이 시작됐다, 내가 결정권자였다면 진압을 중지시켰을 것이다, 현장 상황을 잘 몰랐다 따위의 진술이 많다. 사람이 죽거나 다칠지 모르는데도 경찰 지휘부가 최소한의 대비도 없이 진압 강행을 지시했던 것이다. 경찰 내부 규정 위반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할 문제다.
경찰 진압이 정당한 공무집행인지도 새삼 의문이다. 검찰도 수사과정에서 공공의 안녕에 그리 큰 위험이 없었는데도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협상이나 설득 노력도 없이 농성이 시작되자마자 진압을 강행했으니 불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록에는 경찰이 철거용역회사 직원들과 합동작전을 폈다는 진술도 나온다.
불을 질러 사람을 죽게 했다는 농성자들의 혐의도 다시 살펴야 한다. 수사기록에는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못 봤다는 경찰 진술이 많다. 대신 ‘원인 불명의 폭발’로 불이 났다는 진술이 있다. 이대로라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농성 철거민들의 혐의는 벗겨져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검경이 이번 기록 공개에 재판부 기피신청 따위로 반발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검찰이 그동안 숨겨온 수사기록은 화재 원인이나 공무집행의 정당성 등을 밝힐 수 있는 핵심 자료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선 결정적으로 중대한 것들이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 모두 검찰이 제출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1심 재판부의 결정도 묵살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진실을 숨기려 딴죽을 건다면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경찰 책임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당시 경찰 지휘부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늉에 그쳤던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한 수사도 다시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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