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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경 대북정책이 부른 남북 긴장 |
북한이 어제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날려보내기 위한 거족적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는 강경한 주장을 밝혔다. 북쪽 특유의 거친 어법을 고려하더라도 전례없는 대결적 태도다.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를 살펴보고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북쪽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급변사태 계획’을 문제 삼는다. 이 계획은 북쪽에 심각한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남쪽이 대처할 내용을 담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바뀔 경우 국가 차원의 대비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건 아니다. 이런 계획은 냉전 종식 이후 만들어져 해마다 수정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북쪽을 도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 태도가 북쪽을 자극할 여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북쪽은 지난해 여름 이후 일관되게 남북관계 개선을 바랐다. 현대 쪽과의 각종 사업 재개 합의와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조의방문단 파견이 대표적이다. 그제만 해도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했다. 북쪽으로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쪽이 보통때면 흘려보냈을 수도 있을 급변사태 계획에 발끈한 까닭이다.
정부는 이제까지 선핵폐기론을 앞세워 대북 강경정책을 펼쳐왔다. 여기에는 좀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북쪽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주관적 판단과 이전 정부의 성과를 부정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핵문제 해결 노력을 뒷받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기는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막연하게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대하며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북한이 말하는 ‘거족적 보복성전’이 냉전식 무력도발을 시사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앞으로의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철저히 제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에서 보듯이, 모든 논의 틀에서 남쪽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쪽의 이런 태도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 모두의 입지를 좁힐 뿐이다.
지금 북쪽 태도가 지나치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푸는 것은 우리 정부의 손에 달렸다. 즉자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금물이다. 일단 급변사태 계획과 관련한 오해를 풀되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서로를 자극해서는 양쪽 다 피해자가 될 뿐이다. 이런 상황이 핵문제 해결을 어렵게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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