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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케이비금융 손보기’ 의도 드러낸 금감원 |
관치금융 논란을 빚었던 금융감독원의 케이비금융 사전검사의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국민은행이 금감원의 날짜별 요구자료, 검사 내용, 검사 담당자 명단 등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수검일보’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예상했던 대로 이번 검사는 경영진의 개인비리를 들추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판단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운전기사 2명을 장시간에 걸쳐 조사한 것이나 차량 운행일지, 주유카드 집행실적 등의 자료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담 케이비금융 이사회 의장이 교수로 재직중인 전남대 경영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케이비금융 직원들도 조사했다. 더불어 강 행장이 케이비창투로 하여금 특정 영화에 투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투서가 있었기 때문에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 결과 비리가 사실로 확인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검사가 강 행장 개인의 비리를 찾아내기 위한 표적검사라는 의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면 국민은행 감사에게 연락해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게 과연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제도 운용에 문제가 있다면 특정 회사를 표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나서야 마땅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의 조사야말로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특정 개인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금융회사의 부실이 쌓여 자산건전성을 해치고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본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금융회사 경영진 뒷조사나 하고 다닌다면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강 행장을 몰아내고 케이비금융을 금융당국의 영향 아래 놓겠다는 의도 이외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금감원은 검사 내용이 알려지자 검사 방해로 간주해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 딱한 태도다. 검사 내용이 알려지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게다가 수검일보는 국민은행 자료다. 금감원이 무슨 근거로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만일 괘씸죄로 엄벌하겠다는 뜻이라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이런 식의 손보기야말로 스스로 관치금융의 장본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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