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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19 21:43 수정 : 2010.01.19 22:10

노동부의 ‘사내 하도급 현황’ 자료에서 확인된 사내하청 실태는 충격적이다.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5명 중 1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이고, 인천공항처럼 사내하청 노동자가 전체 직원의 80%가 넘는 사업장도 있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이렇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열악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업주들이 사내하청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임금이 거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데다 언제라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내하청은 현행법상 대부분 불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불법 사내하청이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모두 처벌할 경우 사업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경영계의 강한 반발도 의식했을 터이다.

하지만 불법 사내하청을 방치할 경우 우선은 사업주에게 유리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사내하청 노동자처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나면 경제가 선순환을 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기업 생산을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투자 감소를 불러와 경제 전반이 활기를 잃게 된다.

정부는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해 사내하청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불법적인 사내하청은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불가피한 사내하청의 경우에도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하청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임금도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한 고용 확대에 치우쳐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노동시장 제도를 유연화해 다양한 근로형태를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일자리가 늘어나더라도 대부분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면 장기적으로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체감경기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늘리느냐에 있다. 그 첫걸음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불법 사내하청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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