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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방장관의 부적절한 ‘선제타격’ 발언 |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핵공격 징후 때 “선제타격해야 한다”는 발언을 어제 또다시 했다. 그는 2008년 3월 합참의장 내정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답변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북쪽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예측가능한 여러 비상상황에 내부적으로 대비하는 것과,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같은 군사·안보 분야 책임자가 대북 타격 가능성을 공개리에 거론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김 장관의 2008년 발언 때 북쪽은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도발행위”라고 비난하며 남쪽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 차단 조처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데 적잖은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런데도 그가 부적절한 발언을 거듭한 것을 보면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 가운데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당시 발언은 청문회장에서 나온 우발적 답변으로 볼 측면이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공개 세미나에서 마음먹고 얘기한 느낌을 준다. 그는 “선제타격은 합법성 논란이 많지만 북한이 핵 공격을 해올 땐 선제타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고 했다. 침략적 전쟁의 부정과 평화유지 의무를 규정한 우리 헌법 정신을 소홀히 하고, 선제적·예방적 전쟁 개념을 확대하려 했던 과거 조지 부시 미국 정부 식의 논리를 섣불리 도입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 사이에 대화 기회는 늘 열려 있다고 말해왔다. 특히 올해 새해연설에선 남북간 상시적 연락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대화 의지를 의심받을 일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별 근거도 없이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통일대계 탐색연구’ 보고서를 발간했고, 사실상 흡수통일 상황을 가정하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에도 나섰다.
김 장관의 발언에선 북한이 반발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으며 오히려 남북간 긴장을 유발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듯한 인식마저 묻어난다. 이런 태도는 대북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남북관계를 해치는 것은 물론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문제 해결 노력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쪽 국방위원회가 며칠 전 남쪽 정부의 북한 급변사태 대응계획 작성 움직임을 거세게 비난하는 성명을 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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