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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쟁’ 대상 된 미국식 금융체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금융위기 때마다 엄청난 손실을 발생시켜 국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온 월가의 대형 은행들을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요 내용은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 및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 규제다.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를 사실상 규제하는 것이다. 월가의 반발은 강력하지만 오바마의 의지는 단호하다.
골드먼삭스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그동안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위험도가 높은 헤지펀드 투자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상업은행으로서 정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고위험 투자로 끝없는 고수익을 추구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기적 투자는 결국 파멸을 맞게 됐고, 그 결과는 지구촌 전체에 피해를 주는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탐욕스런 금융자본이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이를 규제하겠다는 오바마의 월가 개혁을 환영한다.
오바마의 금융 규제안이 시행되면 대형 은행들의 이런 투기적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대형 은행들로선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에만 국한될 것 같지 않다. 금융시장 규제에 강력한 태도를 보여온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도 미국의 조처를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세계 금융산업은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자본의 흐름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형 은행들의 투자은행 업무가 위축되면 세계 자본시장도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각국의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자본의 흐름이 위축되면,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은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의 월가 개혁이 당장 국내 은행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아직까지 국내 금융산업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가 비교적 엄격히 분리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위험도가 높은 투자은행 업무를 늘려가려 하고 있는 점들은 다소 우려스럽다. 아직은 투자은행 업무 비중이 낮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형 은행들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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