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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안한 남북관계, 언제까지 이렇게 갈 건가 |
북쪽이 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북쪽 바다에 해안포를 발사하고, 이에 맞서 남쪽이 벌컨포로 경고사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북쪽이 북방한계선에 걸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이 선 부근에 포를 쏜 게 처음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볼 사안이 아니다. 북쪽이 이 선 남쪽으로 사격하거나 남쪽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본격 교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북쪽은 일단 최근 경고를 실행에 옮긴 모양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북한 핵공격시 선제타격’ 발언을 문제삼아 지난 24일 “단호한 군사적 행동”을 공언했고, 지난 15일엔 남쪽의 급변사태 대비계획 보도를 비난하며 “보복성전”을 다짐했다. 군부의 기를 살리면서 남쪽 정부를 압박하려는 뜻이 이번 사격에 담겨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정전체제의 약한 고리인 북방한계선 문제를 부각시켜 최근 자신이 강조해온 평화체제 협상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어떤 경우이든 북쪽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특히 북방한계선 부근의 무력시위는 의외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될 까닭이다. “연례적인 포 실탄 사격훈련”이라는 북쪽 태도는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서해 5도 부근에서 실탄을 쏘는 것을 온당하게 받아들일 남쪽 사람은 없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우리 정부 책임도 적잖다. 정부 주요 인사들은 북쪽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을 알면서도 선제타격과 북한붕괴론 등을 거론하고, 청와대도 이런 자극적 발언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정부 안에는 ‘북한이 도발해봐야 어디까지 가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정부 태도는 남북 사이 긴장을 일부러 적당하게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갖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남북관계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남북관계의 수준과 형태에 따라 규정되기 마련이다. 남북관계가 원만하면 설령 돌발사태가 생기더라도 쉽게 수습할 수 있지만, 현실은 되레 불안한 관계가 갈등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정부 대북정책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심 북쪽의 완전한 굴복을 기대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은 남북 모두 자제할 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북 사이 갈등 요소를 줄이고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래서는 남북 모두 피해자가 되고 국제적인 핵문제 해결 노력도 해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남북관계를 끌고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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