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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적 리더십 못 보여준 오바마 국정연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한국시각) 한 첫 국정연설은 경제와 일자리 등 국내문제에 집중됐다. 계속되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직면한 그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또 경제위기로 흔들리는 중산층을 껴안기 위해 세금감면과 각종 급부금 제공을 약속하고, 재정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해 교육과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한해 미국 사회를 양분시켜온 의료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취임 당시 70%를 웃돌던 지지율이 50% 이하로 꺾이고, 민주당의 안방이었던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까지 내주게 된 지난 1년을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정책 재조정에는 우려스러운 대목도 없지 않다. 특히 대외정책 분야가 그렇다. 71분 동안 계속된 연설 가운데 국제문제에 할애된 시간은 9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도 적극적으로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최근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대외문제가 이렇게 소홀히 취급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미국의 대외정책이 일방주의에서 다자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면 풀릴 수 없는 국제문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적절한 국제적 역할을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북한 핵문제만 해도 그렇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강력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는 북한이 더욱 고립되고 있다며, 북한이 계속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과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타개할 진전된 제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태도로는 반세기 이상 지속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풀고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오바마 정권 등장 이래 북한은 대화에 의한 핵문제 해결을 지지해왔다. 미국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좀더 전향적인 미국의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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