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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31 20:39 수정 : 2010.01.31 20:39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국 <비비시>와 한 회견에서 한 말을, 청와대 대변인이 국내 언론한테는 바꿔 전달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한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애초 발언은 그대로 전달하고 배경설명을 덧붙이면 될 일이다. 금방 전세계에 알려질 발언 내용을 버젓이 왜곡하고 변조했으니, 국민과 언론을 바보 취급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공식 회견까지 변조한 것은 어느 한 개인의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언론과 여론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빗나간 생각이 청와대에 팽배한 탓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 언론 장악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그렇게 장악한 언론매체를 통해 제 뜻대로 여론을 몰아가려 한 그간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만도 아니다. 지난해 9월30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 관련 대통령 기자회견 때, 청와대는 정상회의와 관계없는 질문은 아예 받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홍보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질문을 통제한 셈이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 유리한 사안은 ‘엠바고’(보도유예) 등을 통해 최대한 부풀리고,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대놓고 무시했다. 그런 홍보 풍토에서 이번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발언 왜곡의 당사자인 김은혜 대변인은 물론 홍보 책임자인 이동관 홍보수석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통령의 잘못된 언론관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변인은 “여파가 클 수 있는 발언이어서 인터뷰를 마친 뒤 이 대통령에게 진의를 물었고, 이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발언 변조를 보고받고 재가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셈이니, 마땅히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이런 발언 왜곡에는 정부 내부의 복잡한 사정도 드러나는 듯하다. 정상회담에 관한 대응 기조가 정부 안에서도 통일되어 있지 않고,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놓고도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로는 남북간 대화에서도 혼선과 불신이 빚어질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선 어느 정도 비밀교섭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정책과 의제를 조정하는 과정은 최대한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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