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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이티 도약 이루려면 엠에스 의존 벗어나야 |
미국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라는 혁신적인 모바일 기기를 내놓으면서 국내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급변하는 세계 아이티산업의 흐름에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아이패드는 엠에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아이티 환경에서는 사용하기 어렵게 돼 있다.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기기를 사용조차 할 수 없는 한국의 아이티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아이티 환경은 답답할 정도로 엠에스 프로그램들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엠에스의 윈도 운영체제를 쓰고 있고, 엠에스의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금융거래, 쇼핑, 동영상 시청 등이 가능하다. 엠에스 프로그램이 아니면 정부가 운영중인 전자정부 사이트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다. 당장 구글은 오는 3월부터 익스플로러6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보안상의 취약점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엠에스 체제에 묶여 있으니, 아이티 강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지금 같은 아이티 환경은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다. 경쟁자가 진입할 수 없는 환경에선 창의적 변화와 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처럼 엠에스 독식 체제였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은 아이티 강국이 아닌 후진국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은 국내 아이티산업이 휴대전화나 엘시디 등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편중돼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컴퓨터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엠에스 프로그램에 의존했고, 휴대전화 같은 기기 점유율 확대를 아이티산업 발전으로 착각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출시는 앞으로 아이티산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유선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갈 것임을 보여줬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수익구조에 안주해온 기존 방식으로는 새로운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한 아이티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엠에스에 대한 기술적 종속에서 벗어나는 게 일차적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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