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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4 20:55 수정 : 2010.02.04 20:56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엊그제 참으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했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 그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사회주의 도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가 강조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세종시 원안은 효율성을 도외시하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한 도시이며, 이를 찬성하는 사람은 사회주의 신봉자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 정도면 거의 막가파다. 색깔론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어서 이제는 죄 없는 도시에까지 빨간 색칠을 하려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권 실장은 그동안에도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못 간다”는 식의 발언 등으로 충청권에 대한 협박을 심심치 않게 해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2005년 세종시법 통과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행정부처 이전에 적극 찬성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행적에 대해 “부처 이전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 할 것이니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이런 정도의 개인적 이해관계만을 따져 국정에 임해온 인물이 현 정부를 움직이는 최고위층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그가 지금 소신을 180도 바꿔 세종시 원안 반대에 열을 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보신과 출세라는 이기적 목적 말고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보이는 언행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어제 국회에서 “충청민들은 수정안이 더 좋은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의사 표시를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그는 또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호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세종시 수정안 여론몰이를 해온 것은 바로 정부다. 수정안이 민심으로부터 외면받는 근본적 이유를 외면한 채 엉뚱한 논리를 들이대니 참으로 딱하다.

정부가 처한 상황이 수정안을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후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막말을 하거나 현실을 제멋대로 왜곡해서는 곤란하다. 그럴수록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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