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언제까지 원산지 속인 쇠고기 먹어야 하나 |
수입산 쇠고기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했다가 적발된 700여곳의 업소 명단이 그제 공개됐다. 위반 업소에 대형마트뿐 아니라 일반 식당, 휴게소, 예식장, 어린이집까지 두루 포함된 건 충격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업소 이름을 숨기다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정보공개 청구로 마지못해 공개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가 식품 안전보다 업체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비친다.
쇠고기 원산지 허위표시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식품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 후진적임을 보여준다. 값싼 수입쇠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키고, 미국산을 호주산 등으로 허위표시하면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부끄러운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 한심할 뿐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먹을거리를 가지고 국민을 속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관련 업소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이런 후진적인 행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다.
그렇다고 이를 업소의 선의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정부가 철저한 단속과 엄한 처벌을 하지 않으면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뿌리뽑기 어렵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47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원산지 허위표시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인력 부족 등으로 철저한 단속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또 처벌이 약하다 보니, 걸리면 벌금 낼 각오로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업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원산지 허위표시를 뿌리뽑으려면 위반 업소에 대한 공개도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법이 개정된 지난해 11월9일 이후 위반 업소 명단을 농림수산식품부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허위표시 대상이 쇠고기 등으로만 표기돼 있어 미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했는지, 아니면 호주산으로 바뀌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 상세한 허위표시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정보를 줘야 한다.
수입쇠고기의 원산지가 허위로 표시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안전한 식품을 선택해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고, 경제적으로 부당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더는 없도록 수입쇠고기 원산지 허위표시 업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촉구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