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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섣부른 금융완화·감세정책, 경제위기 부른다 |
국제 금융시장이 그리스발 국가부도 위험으로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가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지 불과 석 달 만이다. 금융위기의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언제든지 제2, 제3의 충격파가 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곳곳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들이 널려 있다. 그리스 외에도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재정적자가 위험 수준이며,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도 취약한 고리다. 동유럽 국가들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심지어 영국과 중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금융·외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기 때 많은 나라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로 심각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외환·재정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 이른 낙관론이 또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유럽발 위기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재정이나 외환보유액 등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스발 충격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폭등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대외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섣부른 금융규제 완화론은 위험하다. 금융위기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만 더 키우는 꼴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대형 은행의 확장을 막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법으로의 복귀를 사실상 선언했다. 다른 나라들도 모두 금융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만 거꾸로 갈 수 없다. 정부는 금융산업 육성이란 명분 아래 진행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 축소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2%, 국가채무 비율은 38.5%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공기업 부채와 한국은행 통화안정기금 등 사실상 국가부채나 다름없는 항목들이 빠져 있다. 더불어 정부가 무리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번 불어난 국가채무는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는 게 선진국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당장 눈앞의 위험이 안 보인다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다시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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