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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5 20:43 수정 : 2010.02.05 20:43

지난 3일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프로라이프’가 불법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한 것을 계기로 낙태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프로라이프 쪽이 낙태를 불법화하고 있는 현행법에 의지해 낙태근절운동을 펴겠다고 밝힌 반면 여성계에서는 낙태를 강요하는 사회적 조건을 놔둔 채 처벌 위주로 나가다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낙태문제가 이런 식의 논쟁으로 비화한 일차적 원인은 법과 현실의 괴리다. 우리나라는 낙태를 불법으로 치부해 낙태를 하는 여성과 낙태를 도운 의료인을 모두 형법으로 다스리도록 돼 있다.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는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본인이나 배우자의 유전학적 장애나 질환 또는 강간에 의한 임신 등 다섯 가지 예외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보건복지가족부조차 연간 35만건가량의 낙태 가운데 불법으로 이뤄지는 비율이 95%가 넘는다고 인정할 정도다. 가임여성의 연간 평균 낙태율이 1000명당 30명으로, 법률적으로 낙태가 우리보다 폭넓게 인정되는 미국(21)이나 영국(18)보다도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대 정부의 무책임이다. 그동안 정부는 법을 현실에 맞춰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사문화시킴으로써 불법을 방조했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제공한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울 사회경제적 여건을 제대로 마련해준 것도 아니었다. 이러니 생명경시 풍토가 생기고 산부인과가 낙태를 주수입원으로 삼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낙태가 너무나 쉽게 이뤄지는 현실은 분명 바꿔야 한다. 그러나 사문화돼왔던 법을 갑작스레 강제하는 방식은 여성의 건강 문제를 비롯해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위험천만하다. 낙태는 윤리문제일 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문제이기도 한 까닭이다.

문제가 공론화됐으니 정부는 이제라도 각계 의견을 수렴해 현실에 맞게 법을 전면개정하고 불법 낙태를 유도해온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상당기간 논쟁을 거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놓은 나라들의 전례를 참고할 만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낙태 논쟁이 서구처럼 프로라이프 대 프로초이스(여성의 선택권)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태아의 생명 못지않게 여성의 생명과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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