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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 노조’에 거는 기대 |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로 생계를 잇는 청년들을 대변할 ‘청년유니온’이라는 노조가 다음달 창립할 예정이다. 만 15살부터 40살 미만까지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되, 우선은 아르바이트 생활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할 거라고 한다. 이른바 ‘알바생’의 노동권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개선하려고 당사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 단체가 자리를 잡는다면 스스로 나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젊은 층에게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르바이트나 임시직을 전전하는 청년층은 여성 비정규직, 노인과 함께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대표적인 취약 집단이다. 10~30대 아르바이트 생활자만 200만명을 훨씬 넘는 걸로 추산되지만, 사회는 이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봐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자기계발을 소홀히 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처럼 치부해버리기 쉽다.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청년 실업대책도 인턴과 같은 미봉책 또는 외국 진출 지원과 같은 비현실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노동계도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니 아르바이트 생활자의 노동 여건은 최악이다. 최저임금조차 보장하지 않는 편의점이나 식품 매장 등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들을 아무 때나 해고해도 그만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이들보다는 조금 낫지만, 학원강사나 학습지 교사처럼 비슷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도 많다.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 수준의 고용주 밑에서 일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기도 힘들다. 개별 사업장을 넘어서는 ‘초기업 노조’를 통해 대응하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없다. 청년유니온과 같은 조직에 희망을 걸게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단체의 활동이 아르바이트 생활자들의 일시적 상황 개선만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아르바이트용 일자리를 따로 구별하고 정규직·비정규직보다 못한 이들이 하는 일로 여기는 관념을 깨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줄이기 어렵다. 정부, 기업, 노동계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아르바이트는 이제 옛날처럼 학생들이 용돈벌이를 위해 잠깐씩 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일상적인 노동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현실인식이 전제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대책도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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