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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투표라는 꼼수까지 낸 세종시 수정론자들 |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일각에서 세종시 수정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그제 “정치세력간 타협으로 결론 내리면 다음 대선 등에서 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지방선거 전 4월 국민투표’를 주장했고,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어제 “국민투표나 자유투표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 추진이 벽에 부닥친 데 따른 궁여지책일 터이다.
그러나 그런 국민투표는 법리적·정치적으로 타당성이 전혀 없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주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5월14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을 결정하면서 “헌법은 명시적으로 규정된 국민투표 외에 다른 형태의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노 대통령의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었다. 헌법은 이렇게 국민투표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 의원은 “세종시 원안에 따른 ‘수도 분할’은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2005년 11월24일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수도가 서울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분할된다고 볼 수 없다”며 ‘수도분할론’에도 선을 그었다. 이런 결정들로 볼 때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이들의 주장에 따라 국민투표를 밀어붙일 경우 또다른 위헌 논란을 야기할 게 분명하다.
친이계가 정히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겠다면 정상적으로 국회 심의·의결 절차를 밟는 게 옳다. 국회에서 수정안 처리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요건도 안 되는 국민투표로 우회하려는 것은 치졸한 꼼수에 불과하다. 국민투표론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수도권 주민의 정서를 자극해보겠다는 저질 정략도 엿보인다. 이 역시 정도를 벗어난 발상이다. 국민투표론은 국가적 혼란이 훤히 내다보이는 일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자는 것이란 점에서도 문제다.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릇된 발상을 거두기 바란다. 그보다는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두고 온갖 여론몰이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여당 안에서조차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근본 이유부터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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