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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참사 경찰지휘부 책임 물어야 |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지난해 초 용산참사 진압작전에 대해 “당·부당의 수준을 넘어 위법의 영역에 이른다”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용감한 작전이었으나 경찰관과 농성자들의 위해 또는 살상을 도외시한 무모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에 있다는 지적은 사태 발생 직후부터 끈질기게 제기돼왔다. 경찰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갖추고 진압에 나섰어도 그런 비극이 일어났겠느냐는 게 일반인들이 품은 상식적 의문이었다. 인권위의 이번 결론은 이런 의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리고 참사의 모든 원인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경찰에는 면죄부를 준 검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용산참사가 경찰 지휘부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것은 이미 용산참사 미공개 기록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내가 결정권자였다면 진압을 중지시켰을 것이다” “현장 상황을 잘 몰랐다”는 등의 경찰관 진술이 숱하게 나와 있다. 경찰마저 후회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검찰만 “아무런 문제 없는 법집행”이라고 두둔해온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문에서 경찰특공대의 조기투입 결정에서부터 무리한 2차 진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른 잘못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으로 용산참사의 법적 책임을 다시 따져 묻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용산참사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철거민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경찰 진압작전의 위법성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한 이상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의 깊은 성찰이 있길 바란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경찰 지휘부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인권위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법치주의에 대한 심대한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자 현병철 위원장이 갑자기 폐회를 선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인권위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길 충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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